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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년새 13조 증발…공모펀드 '100조 시장' 무너졌다

설정액 99.4조 16년만에 최저치

ETF 등보다 못한 수익률에 이탈

올 코스피 10.7% 상승할때

주식형펀드 수익률 8% 그쳐

신규 사모펀드 수도 감소세

"세제혜택 확대해야" 목소리

서울 여의도 증권가 일대. 연합뉴스




공모펀드 설정액이 올해 들어 100조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모펀드가 수익률·비용 등 모든 측면에서 직접투자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발을 빼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분위기다.

31일 한국펀드평가사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공모펀드 수탁액(설정액 기준)은 2020년 1월 2일 112조 8314억 원에서 3월 29일 현재 99조 4846억 원으로 13조 원 이상 줄었다. 공모펀드 설정액은 2월 6일 100조 원 밑으로 내려간 뒤 3월 들어서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공모펀드 설정액이 100조 원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0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공모펀드가 이처럼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첫째 이유는 다른 투자 방식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보이지 못한 점이다. 실제로 올 들어 30일까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10.79%, 24.46%씩 오르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8.73%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수수료가 더 저렴한 국내주식형 ETF(11.55%)보다도 낮은 성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에도 -24.54%의 수익률을 기록해 코스피지수 하락률(-25.25%)과 엇비슷한 실적을 거뒀다. 고정비용인 운용·판매보수·수수료, 수탁·사무관리보수, 거래세 등까지 고려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펀드에 오랫동안 자금을 넣어둘 유인이 없는 셈이다. 직접투자 상품인 ETF가 펀드 시장에서 지난 3년간 30조 원가량을 흡수한 점도 공모펀드 인기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률이 부진한 공모펀드를 인위적으로 키우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간접투자기구의 사회적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모펀드 수익률, 코스피보다 낮아…직접투자로 ‘머니 무브’


국내 공모펀드에 대한 선호가 최근 들어 급격히 약화된 것은 무엇보다 차별화되지 못한 수익률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공모펀드 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설정액 규모가 16년 전보다 못한 수준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복잡한 가입 절차, 수수료 부담 등의 요소까지 겹치며 편의성이 좋고 보수가 저렴한 직접투자나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공모펀드뿐 아니라 사모펀드 역시 비슷한 이유로 전체 시장 규모를 쉽게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자산운용 업계는 간접투자 시장이 고사 직전에 몰렸다며 펀드 판매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한국펀드평가사에 따르면 2월 6일 머니마켓펀드(MMF)·ETF를 제외한 국내 공모펀드 수탁액(설정액 기준)은 99조 8892억 원을 기록해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 원 미만을 기록했다. 공모펀드 설정액은 이후에도 4000억 원 이상 더 줄어 29일에는 99조4846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공모펀드에 대한 위기 신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면서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 수는 지난해 3월 31일 1550개에서 1년 뒤인 이날 2034개로 31%나 급증했다. 소규모 펀드 증가로 운용사들은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 결과 자금이 더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다.



공모펀드 시장이 이렇게 부진을 겪는 것은 저조한 수익률과 직접투자 열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 1월 2일부터 3월 30일까지 해외주식형 펀드가 기록한 수익률(4.9%)은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ETF의 성과(12.35%)에 한참 못 미쳤다. 국내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난해 국내주식형 ETF(-22.38 %)보다 더 높은 손실률(-24.54%)을 기록하기도 했다.

직접투자나 ETF보다 투자 비용이 낮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운용·판매·수탁·사무 보수 등 국내주식형 펀드의 총보수는 1.23%인 데 반해 국내주식형 ETF의 총보수는 0.27% 수준이다.

공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같은 간접투자 수단인 사모펀드의 성장세도 최근 덩달아 둔화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경우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일련의 사태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펀드 취급이 줄어든 점도 악재가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로 새로 유입되는 자금은 2019년 110조 원, 2020년 64조 원, 지난해 58조 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올 1분기 늘어난 수탁액은 10조 원에 불과해 올 한 해 40조 원을 넘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펀드 수 역시 2019년 6921개에 달했으나 라임 사태 직후인 2020년 2592개로 반 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는 1823개로 쪼그라들었다. 나아가 올 1분기에 새로 설정된 사모펀드는 고작 323개에 그쳤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모펀드의 가장 큰 특성인 창의성을 살리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판매사들도 상품 취급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모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상당 부분은 ETF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ETF의 순자산 총액은 2020년 1월 2일 51조 7123억 원에서 2023년 1월 2일 78조 5116억 원으로 30조 원가량 증가했다. 올 1월 2일 이후 10조 원의 자금을 흡수하며 3월 29일 기준 89조 1579억 원까지 불어났다.

자산운용 업계는 장기 투자를 앞세워 펀드가 시장 수급 안정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펀드 판매 절차를 간소화해 수수료를 낮추고 장기 펀드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투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금융 당국이 최근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성과 연동형 운용 보수 도입, 소규모 펀드 정리 촉진 등의 대책도 효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와 관련해 올 하반기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종합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분산투자가 가능한 펀드가 안정적인 국민 노후 대비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모펀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역시 역동성과 혁신성을 발휘해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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