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고 삭제 의혹 박성민·김진호는 “증거인멸 우려” 구속
10·29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관련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고 있는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51)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이 5일 발부됐다.
그러나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으며 핵심 피의자로 꼽혀 온 이임재(53)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참사 초기 현장에서 경찰 대응을 지휘한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이 전 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를 받고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 판사는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불구하고, 차도로 쏟아져 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아 온 송 전 실장에 대해서도 이 전 서장과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부장은 참사 이후 김 전 과장을 비롯해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과의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김 전 과장은 박 전 부장의 지시에 따라 부하직원을 시켜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구속된 사례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특수본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들에게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특수본은 박희영(61) 용산구청장과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범죄사실을 뒷받침할 증거와 법리를 충분히 보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